공원 벤치에누워서 바라보면 구름의 수염 같은 나뭇잎들 누워서 바라보면하얗게 떨어지는 별의 비듬들누워서 바라보며칼자루처럼지붕에 꽂혀 있는 붉은 십자가와한켠에 가시넝쿨로 모여앉아 장미 같은 담뱃불 뒤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어린 연인들의 눈치를 살피며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버려진 매트리스에 붙은 수거용 스티커를 바라보며 한때의 푹신한 섹스를 추억하며일주일에 한 번씩 종량제 봉투를 꾹꾹 눌렀던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보는 얼굴로어느 저녁엔 시를 써볼까어둠 속에서 자라는 환한 그림자를 밤의 기둥에 쿵쿵 머리로 박으며방 없는 문을 달고 싶다고벽 없는 창을 내고 싶다고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오래 눕지도 못하는 공원 벤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칠한 조립식 무지개처럼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별이 진다 깨진 어둠으로 그어 밤은 상처..
나하고 나 사이에 늙고 뚱뚱한 종족들이 있지 내 별로 놀러오는 나들 나들 때문에 그 종족들은 불편하다고불평했어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사랑했지 난 정드는 게 특기니까 하루가 영원 같고 영원이 하루 같은무협 판타지 같은 날들이었어 난 그날들을 CD로 구웠지 구워진 CD 속에서 난 무릎이 아팠어 너무 많은 감정을 과소비하고 게다가 너무 많은 눈물을 삭제했으니까 수만년 전부터 이 별은 아팠어 늙고 엉뚱한 종족들은이 별의 종말을 전지구적으로살포하면서 우리 종족의 언어를 모두 쓰레기통에 넣고 서둘러 이별하고 싶은눈치였지만 우리 종족의 위대함은 휴지통이라는 아이콘에 있지 '복원'이란 단추를 내장하고 있는 그러니까이별을 이 별로 굽거나 이 별을 이별로 굽는 따위의 일은 우리 종족에겐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 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어항 속 물고기에도 숨을 곳이 필요하다우리에겐 낡은 소파가 필요하다길고 긴 골목 끝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작고 빛나는 흰 돌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나는 지나가려고 했다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진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반복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진심을 들킬까봐 겁을 내면서겁을 내는 것이 진심일까 걱정하면서구름은 구부러지고 나무는 흘러간다구하지 않아서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나는 구할 수도 없고 원할 수도 없었다맨손이면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나는 더 어두워졌다어리석은 촛대와 어리석은 고독너와 동일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오래 기도했지만나는 영영 나의 마음일 수밖에 없겠지찌르는 것휘어 감기는 것자기 뼈를 깎는 사람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나는 지나가지 못했다무릎이 깨지더라도 다시 넘어지는..
불완전해서 완전해지려는 감정들 누가 흘린 것이든 눈물의 짠맛은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불완전하게도그런 것을 맛보고 싶다 부드럽게아름답게남모르게상처 입어 더러워진 하얀 날개다시는 명중하지 못할 불가능한 과녁이 아니라고아니라고 위험을 감수한 여행자만이 발견 가능한 별자리가언뜻 길을 보여준비밀스럽고 가파른 사다리 이제 가까이불꺼진 한밤의 유리 온실로 와장창 곤두박질치고 싶다그래, 북극 북극에서는 다시 남극으로극과 극 사이 무수한 극적인 길들 고쳐 적을 수 없는 불투명한 과거와그리고 미리 맛볼 길 없는 명백한 미래에 자라한것들을 지금 이진희. 소년에 대한 열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