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안 그러면 슬픈..
책장 사이 말라버린 꽃잎 떨어질 때, 침대 밑 구겨진 폴라로이드 집어 들 때, 미처 떠나지 못한 것, 당신 여기 있습니까? 더운 바람이 종아리 곁을 맴돈다 겨울 카펫 들어내자 풍장을 끝내지 못한 계절의 잔해 선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공기,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내 조그만 화단에는 흔들리는 봉숭아, 신열에 들뜬 얼굴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면 짓이겨진 열매, 편지함 가득 들어 있고 용서를 바라며 현관에 서서, 당신 여기 있습니까? 찢어진 벽지 뒤에, 텅 빈 화분 속에, 당신 여기 있습니까? 검은 상자의 창문에 못이 박힐 때, 깨어나지 못한 벌레가 꿈꾸는 이 덧없는 잠의 깊이 박상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