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날이 예쁘다 웃으며 너울거리는 네 그림자달과 별과 하늘이 합한들 너만 할까밤과 빛의 황홀에 취한 눈 어질어질하다 가슴 속 노트에 썼다 지울 말너. 그래 너, 나는 너를 사랑해. 무리 지어 늘어선 수많은 관계너와 내가 속한 집단에 사랑은 없는 거야 그렇지어디 몰래 도망이라도 갈래 묻고 싶다만손잡고 영영 돌아오지 말자 하고 싶다만 아마 내 평생의 비밀온 우주를 비해도 모자람이 없을 사람아나는 멀찍이 네가 보이는 이 거리마저 사랑해 다음번에 다시 만나도 나는 눈동자너는 복사뼈 그쯤 되겠지그때에도 나는 너를 바라볼 거야너는 이해해 줄 거지 그렇지 향돌, 변이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그사이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덮인 책장의 일이란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그때가 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