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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이사

p29 2017. 11. 21. 19:57

책장 사이 말라버린 꽃잎 떨어질 때, 침대 밑 구겨진 폴라로이드 집어 들 때, 미처 떠나지 못한 것, 당신 여기 있습니까? 더운 바람이 종아리 곁을 맴돈다 겨울 카펫 들어내자 풍장을 끝내지 못한 계절의 잔해


선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공기, 그의 섭리로 다스려지는 내 조그만 화단에는 흔들리는 봉숭아, 신열에 들뜬 얼굴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면 짓이겨진 열매, 편지함 가득 들어 있고


용서를 바라며 현관에 서서, 당신 여기 있습니까? 찢어진 벽지 뒤에, 텅 빈 화분 속에, 당신 여기 있습니까? 검은 상자의 창문에 못이 박힐 때, 깨어나지 못한 벌레가 꿈꾸는 이 덧없는 잠의 깊이


박상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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