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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누워서 바라보면 구름의 수염 같은 나뭇잎들 누워서 바라보면

하얗게 떨어지는 별의 비듬들

누워서 바라보며

칼자루처럼

지붕에 꽂혀 있는 붉은 십자가와

한켠에 가시넝쿨로 모여앉아 장미 같은 담뱃불 뒤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어린 연인들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버려진 매트리스에 붙은 수거용 스티커를 바라보며 한때의 푹신한 섹스를 추억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종량제 봉투를 꾹꾹 눌렀던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보는 얼굴로

어느 저녁엔 시를 써볼까

어둠 속에서 자라는 환한 그림자를 밤의 기둥에 쿵쿵 머리로 박으며

방 없는 문을 달고 싶다고

벽 없는 창을 내고 싶다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오래 눕지도 못하는 공원 벤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칠한 조립식 무지개처럼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별이 진다 깨진 어둠으로 그어 밤은 상처로 벌어지고 여태 오지 않은 것들은 결국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그대로인 기다림으로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너는 환하게 벌어진 밤의 상처를 열고 멀리 떠났으니까

나는 별들의 방울소리를 따 가슴 주머니에 넣었으니까

바람 불 때마다 방울소리 그러나

나는 비겁하니까


신용목,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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