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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한 명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도 꾸미지 않고 천천히 분리되며. 그래 구름이. 멀리에도 구름이 있었다. 두 명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구름을 보았다.
구름들은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속도. 저쪽으로. 그냥 저쪽으로 미끄러졌다. 두 명은 각각 무슨 말을 했는데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구름은. 그냥 보이는 것이고.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하는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밤이 왔다. 나와 다른 한 명은 더 이상 나무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구름은 조금만 보였다. 나는 그것도 좋았다. 다른 한 사람은 어땠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유희경,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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