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랭크 하치 내 불면의 밤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면 너도 네 얼굴을 보여 줄까나는 너에 대해 모든 것을 썼다 모든 것을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이미 벌써 너는 공백으로만 기록된다너에 대한 문장들이 내 손아귀를 벗어날 때 너는 또다시 한줌의 모래알을 흩날리며 떠나는 흰 빛의 히치하이커소리와 형태가 사라지는 소실점 너머 네 시원을 찾아 끝없이 나아가는 블랭크 하치언제쯤 너에게 가 닿을까 언제쯤 목마름 없이 너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공백 여백 고백 방백 네가 나의 눈을 태양이라고 불러준 이후로 나는 그늘에서 나왔지태양의 눈은 마흔다섯 개 내 자신을 돌이킬 수 없는 얼룩이라고 생각했던 날들로부터 아홉 시간 뒤였다이후로 나는 타인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지고 마음을 읽는 연습을 했지그러나 나는 공기와 물이 혼재된..
자두가 열렸다자두나무니까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가장 연약하게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난 말이지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다행이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그러나 가끔 이상하게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사람이니까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