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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p29 2017. 6. 28. 23:27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

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

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

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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