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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안단티노

p29 2017. 6. 28. 23:24


너는 늘 오늘을 말했지만

그건 언제나 어제였지

가여워라, 오늘이라고 말해줄게

네가 어제의 사람이라도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너 뿐이어도 괜찮아

괜찮은 게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먼 기억에서 기생해

형광색 다족류 벌레처럼

언 가슴으로 너를 사랑하기 10초 전,

나는 내 멘탈이 싸구려였단 걸 알았지

이어폰을 배꼽에 꽂고

알몸으로 허밍하고 울먹이고 습도가 높아지고

멀어지고 곁을 내주고 손을 뿌리치고

키스해,

이해 같은 거 없이

동의 같은 거 없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너의 오늘일까

미처 어제를 다 살지도 못했는데

나는 어제를 오늘이라고 믿고

어제가 오늘이어도 되는 네가 있으니까

내 의식을 모두 어제로 끌어 모으고

괜찮아,

다 괜찮아지기 위한 진통 같은 걸 거야

월경처럼 어제를 뱉어내도 돼

라고,

내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네가 있다면

나는 더욱 먼 과거에 있을게

천천히 와도 돼​


김하늘, 안단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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