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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애인과 나 손 꼭 잡고 통장을 만들었네

등 뒤에서 유리문의 날개가 펄럭거리네

은행은 날아가지 않고 정주하고 있다네

애인과 나는 흐뭇하다네

꿈은 모양이 다양하다네

우리는 낄낄대며 담배를 나눠 갖네

은행의 예절은 금연 하나뿐이라네

어쩐지 세상에 대한 장난으로

사랑을 하는 것 같네 사랑 사랑 사랑

이라고 중얼대며 은행을 나서네

유리문의 날개에는 깃털이 없다네

문밖에서 불을 붙여주며

애인은 아직도 낄낄거리네

우리는 이제부터 미래에 속한다고

미래 속에서 어른이 되었다고

애인이 나에게 가르쳐주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아프네

금방 머리 위로 파산한 새가 날아갔네

후드드득

깃털 같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네

어느 날 우리는 많은 돈을 갖겠네


심보선, 어느날 은행에 갔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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