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별-1월의 저녁에서 12월의 저녁 사이, 김선우
그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오선지의 비탈을 한 칸씩 짚고 오르듯 후후 숨을 불며.햇빛 달빛으로 욕조를 데워 부스러진 데를 씻긴 후성탄 트리와 어린양이 프린트된 다홍빛 담요에 당신을 싸서가만히 안고 잠들었다 깨어난 동안이라고 해야겠다. 1월이 시작되었으니 12월이 온다.2월의 유리불씨와 3월의 진홍꽃잎과 4월 유록의 두근거림과 5월의 찔레가시와 6월의 푸른 뱀과 7월의 별과 꿀, 8월의 우주먼지와 9월의 청동거울과 억새가 타는 10월의 무인도와 11월의 애틋한 죽 한 그릇이 당신과 나에게 선물로 왔고우리는 매달리다시피 함께 걸었다.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괜찮은 거야마침내 당신과 내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12월이 와서,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리고우리는 천천히 햇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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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17.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