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혜은
암호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무것도 믿지 않아. 나는 다리가 꺾인 짐승처럼 빙 돌아와 말했다. 아 파 요. 간격을 두고 마디마다. 몸이 찢어진 벌레들 위에 누운 언니는 숨겨진 것들의 작은 아픔을 욕망했고, 핀셋을 들어 관찰했다. 때때로 나는 공포를 가지지 못한 사람처럼 나의 내장에 기생하는 벌레들을 상상했다. 우리는 무력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욕망은 너의 아픔보다 중요한 일일까. 너와 나는 우리를 자세히 훼손했다. 눈물이 많아요.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배경이 되고 단역이 되고. 어두은 커튼으로 내려앉아 불빛으로 새어 나가고. 우리는 날 속에 쳐진 얇은 막이 눈치채지 못하게. 우리는 서로를 파괴할 때 더 사랑해요. 우리의 사랑은 얼마나 얇고 견고하고 위태롭고 많은 단어의 색을 가졌는지 모릅..
글
2017. 7. 17.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