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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박임의 습관을 잊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 증오인 새봄을 펼쳐도 속눈썹 하나 누워 있을 뿐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은
출처 모를 기억만 떠나는 방법을 잊었다
아지랑이의 착란을 걷다
눈에 든 꽃가루를 호― 하고 불어주던 당신의 입김
후두둑, 떨어지던 단추 그리고 한 잎의 속눈썹
언제 헤어진 줄 모르는 것들에게는 수소문이 없다
벌써 늦게 알았거나 이미 일찍 몰랐으므로
혼자의 꽃놀이에 다래끼를 얻어온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것은 온다는 역설처럼 당신의 입김 없이도 봄날은 간다
화농의 봄, 다래끼
주문의 말 없이 스스로 주문인 마음으로
한 잎의 기억을
당신 이마와 닮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고 오는 밤
책장을 펼치면 속눈썹 하나 다시 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 꽃달
이은규, 속눈썹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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