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만지지 않았소
그저 당신을 바라보았을 뿐이오
마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었소
난 당신의 씨나 뿌리엔 관심 없었고 어디서 왔는지도 알고 싶지 않았소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았소
우리가 태양과 천둥, 숲 사이로 불던 바람, 무지개나 이슬 얘기를 나눌 처지는 아니잖소
우리 사이엔 적당한 냉기가 유지되었소
문이 열리고 불현듯 주위가 환해지면 임종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오
사라질 때까지 우리에겐 신선도가 생명으로 직결되지만
묶고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한 칸에 넣었을 것이오
실험해보려고 한군데 밀어 넣었는지도 모르오
당신은 시들었고 죽어가지만
내가 일부러 고통을 주려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난 죄책감을 느끼지 않소
내 생리가 그러하오
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의 생기를 잃게 하오
내가 숨 쉴 때마다 당신은 무르익었고 급히 노화되었고 마침내 썩어버렸지만
지금도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호르몬을 억제할 수가 없소
나는 자살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오
당신한테 다가갈 수도 떠날 수도 없었소
단지 관심을 끌고 싶었소
김이듬, 정말 사과의 말
그저 당신을 바라보았을 뿐이오
마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었소
난 당신의 씨나 뿌리엔 관심 없었고 어디서 왔는지도 알고 싶지 않았소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았소
우리가 태양과 천둥, 숲 사이로 불던 바람, 무지개나 이슬 얘기를 나눌 처지는 아니잖소
우리 사이엔 적당한 냉기가 유지되었소
문이 열리고 불현듯 주위가 환해지면 임종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오
사라질 때까지 우리에겐 신선도가 생명으로 직결되지만
묶고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한 칸에 넣었을 것이오
실험해보려고 한군데 밀어 넣었는지도 모르오
당신은 시들었고 죽어가지만
내가 일부러 고통을 주려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난 죄책감을 느끼지 않소
내 생리가 그러하오
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의 생기를 잃게 하오
내가 숨 쉴 때마다 당신은 무르익었고 급히 노화되었고 마침내 썩어버렸지만
지금도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호르몬을 억제할 수가 없소
나는 자살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오
당신한테 다가갈 수도 떠날 수도 없었소
단지 관심을 끌고 싶었소
김이듬, 정말 사과의 말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이듬, 생활의 발견 (0) | 2017.09.25 |
---|---|
최정진, 몽야간 (0) | 2017.09.21 |
박상수, 여름의 에테르 (0) | 2017.09.21 |
이현효, 배교 (0) | 2017.09.20 |
허수경, 여기는 그림자 속 (0) | 2017.09.20 |
댓글